좋은글

외로움이 찾아올 때

종이섬 2014. 1. 17. 15:03







외로움이 찾아올 때

 

살다 보면 외로움이 깊어지는 시간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흔들리는 나뭇잎, 가로등의 어슴푸레한 불빛,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목소리조차

마음의 물살 위에 파문을 일으킨다.

외로움이 깊어질 때 사람들은

그 외로움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
.

어떤 사람은 밤새워 술을 마시고

어떤 사람은 빈 술병을 보며 운다.

지나간 시절의 유행가를

몽땅 끄집어 내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래 전에 연락이 끊긴 이의 집에 전화를 걸어
혼곤히 잠든 그의 꿈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아예 길가의 전신주를 동무 삼아 밤새워 씨름하다

새벽녘에 한 움큼의 오물덩이를 남기고

어디론가 떠나는 이도 있다.

나는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들 삶의 골목골목에

예정도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외로울 때가 좋은 것이다.


물론 외로움이 찾아올 때
그것을 충분히 견뎌내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다들 아파하고 방황한다.
이 점 사랑이 찾아올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

사랑이 찾아올 때
......
그 순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행복해진다
.

길을 걷다 까닭 없이 웃고

하늘을 보면 한없이 푸른빛에 가슴 설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모르는 이에게도

'안녕' 하고 따뜻한 인사를 한다.


사랑이 찾아올 때 사람들은 호젓이 기뻐하며
자신에게 찾아온 삶의 시간들을

충분히 의미 깊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사실은 그 순간이 인생에 있어

사랑이 찾아올 때보다 귀한 시간이다.

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

삶의 우아한 형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곽재구의 (포구기행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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