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안개꽃

종이섬 2006. 10. 24. 13:22

 

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는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은 빚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