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바람이 꽃잎에게

종이섬 2012. 3. 30. 12:21

                                    


 

창가 담 밑 꽃잎 달기 위해 녹색 꿈에 젖은 나무
수액이 흐르는 소리 담아
바람결에 세월의 이름표를 단다

아름다운 열매 맺기 위해 가지마다 꿈을 달아
나무들은 한 쪽 턱을 들여 밀며
키 재기하는 숲을 바라보다가
바람이 스쳐서 간질일 때면

꽃잎도 흔들리기에 바쁘다


우리들 삶처럼
숱하게 흔들리며 사는 것이 싫어
땅 밑에 뿌리 단단하게 묻어도
어째서 바람은 찾아와 그리도 마음을 흔들까

영혼의 떨림을 아는 꽃잎이여
서성이던 시간이라면 반쯤만 내게 나누거라

생애의 가지마다 오르던 수액
온 몸 사랑으로 감싼 채
그리움 내색하지 않아도 하얀 피로 가슴 흔들어
오늘쯤은 붉은 꿈의 꽃잎 내안쪽 가슴에서 접을까

바람 부는 길 위에 꽃잎은
내 삶의 마디처럼 흔들려 텅 빈 내 마음 적시며
투명하게 자란 눈물 목숨처럼 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