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이야기>
사람들이 나보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잊어버리냐고 그래요.
대놓고 말하지는 않는다지만 내 앞에서 나 들으라는 듯이 말하잖아요.
여자들 하나같이 독하다고. 그런 말 신경 안써도 되는거 나도 알아요.
그런거 무서웠으면 헤어지지도 못했을 꺼에요.
남들 앞에선 자상했지만 둘이 있을 땐 나를 너무 초라하게 했던 사람...
지금도 그 사람 옆에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마음 다치며 살고 있겠죠.
가끔 억울해서 그래요.
사람들은 빈정거리고 돌아서면 그만이잖아요.
근데 난 저런 말 듣고 나면 밤에 잠도 못자요.
남들은 모르잖아요.
자기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보잖아요.
그 사람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내가 왜 헤어지자고 했는지.
헤어지고 내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잖아요.
사람들 나보고 빨리 잊어버린다고 그러죠?
나? 하려고 하면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만 할 수도 있어요.
그 사람 이야기로 하루 종일 떠들 수 있어요
지금 저 남자 담배 피고 있죠?
나 그거 보고도 그 사람 생각했어요.
맨날 돈 없어서 담배 끊어야겠다고 말했었는데 지금은 끊었을까...
못 끊었겠지...
피울 때 마다 끊어야 되는데 말 만하면서 누구보다 깊에 연기를 들이 마시겠지...
사람들은 내가 이런거 모르잖아요...
그러면서 나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되잖아요.
<그 남자의 이야기>
남자에게 세상의 크기는 변화무쌍합니다.
어느날은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할 만큼 넓었다가
어느날은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을 듣게 될 만큼 좁아지죠.
건너 건너 그녀의 소식을 전해 들은 오늘 결국
다 늦은 밤 집 앞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십니다.
내것이 되었다고 무심한 적은 없었는데... 너는 그렇게 느꼈었구나...
나는... 영원히 같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매순간 충분히 잘해주지 못했는데. 너는 그 순간마다 초라하다 느꼈구나...
지나간 세월을 되짚어보며 남자는 자신의 무심함에
여자가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생각해냅니다.
그렇게 술이 한잔... 두잔... 깨끗히 비워진 술병을 보며,
남자는 그들이 사랑했던 시간이 차라리 깨끗이 잊혀지기도 바래봅니다.
사람들이 그녀를 욕하는 일 없도록
그래서 그녀가 그를 더 원망하게 되는 일이 없도록...
기껏 끊은 담배 기어이 피우게 되는 에휴~~ 아주 몹쓸 밤이구만...
남자는 뒤늦은 이별에 취해 휘청거리며 집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