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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것을 따라다니다

종이섬 2015. 8. 17. 11:16
 









    헛것을 따라다니다 …… 김형영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산다.
    내가 꽃인데
    꽃을 찾아 다니는가 하면
    내가 바람인데
    한 발짝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울안에 갇혀 산다.
    내가 만물과 함께 주인인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평생도 모자란 듯 기웃거리다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는 나를 떠나 떠돌아다닌다.
    내가 나무이고
    내가 꽃이고 
    내가 향기인데
    끝내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헛것을 따라다니다
    그만 헛것이 되어 떠돌아다닌다.
    나 없는 내가 되어 떠돌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