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노숙자

종이섬 2010. 12. 20. 13:47










     
    

    나는 집을 잃었네 사랑을 잃었네
    그녀를 잃었고 마지막으로 나마저도 잃었네

    그저 이 한 몸 누일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집이 되고

    허기를 달랠 수 있을 만큼의 밥 한 공기면 나의 육체는 만족한다네


    나는 이미 사랑을 잃었고 친구를 잃었고 그리고 나를 잃었다네

    가끔 길 한가운데를 도르르 굴러다니는 나의 영혼을 본다네


    나는 어디에도 있다네

    신문지를 덮고 누워있는 나를 조심스레 곁눈질하며 바라보다

    흠칫 놀라 달음질치던 당신의 심장 속에도

    팔딱팔딱 뛰어다니는 하나의 오만한 핏방울로도 나는 살고 있다네


    이 지하철 구내의 음습한 공기 속에도 마른 얼굴의 내가 둥둥 떠다니고

    무료 급식소 가는 길에 맥없이 누워 있는 초췌한 돌멩이가 바로 나라네

    나는 집을 잃었네 사랑을 잃었네
    그녀를 잃었고 마지막으로 나마저도 오롯이 잃어버렸네
    그런데
    그대는 오늘 무엇을 잃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