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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가는 길

종이섬 2011. 5. 9. 23:32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길 끝으로 사라지고
    길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진실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 들길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하나
    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감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

    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으로
    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나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길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