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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은 담쟁이 넝쿨이 파랗다

종이섬 2011. 6. 3. 12:35


비 내리는 날은 담쟁이 넝쿨이 파랗다 강명자

찻잔 속으로 비가 내린다
그 빗줄기를 뚫고 한 사람이 걸어온다.

그는 바다에서 이제 막 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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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등 뒤로 찰랑대는

여자아이의 밀짚모자와 같은 퍼렇게 날이 선

스님의 장삼자락 같은

그 언저리에서 늘 부르던

그의 노래 함께 듣던 바다가 일어선다.

그는 노래를 부르고

나는 커피를 마시고 나는 노래를 부르고
그대 눈 속에

노을처럼 번지는 그리움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그는 노래를 부르고

내 찻잔 속에서 자꾸만 출렁이며 붉게 물든 바다를 바라본다.

비는 내리고

나는 목숨처럼 노래하는 그를 바라본다.
소나무 줄기를 감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이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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