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점 바람으로 쓰는 편지 .. 김용관
네가 떠난다 하여도
노여워하거나 머물게 하지 않으리다.
돌아오지 않는 발걸음과 내게 남은 감미로운 여운이
밤마다 그리움으로 여울져도
너의 빈자리 푸른잎 위에 너울너울 춤을 추며
햇볕 타고 달려오는 가을이 있으니.
사랑도 그리하리다. 눈물도 그리하리다.
세상에서 잡아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는 낙엽 같은 인생
남길 것도 망서릴 것도 없으니
밀려오는 구름 한점 타고 산을 넘어가면 내 집인 걸
바람 한점으로 쓰는 편지는 바람으로 흩어지는 사연들
무슨 얼룩이 남아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