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비 오는 날에는
종이섬
2011. 6. 23. 13:50
비 오는 날에는 …
가슴에 멍울진 삶의 조각들이 진한 슬픔으로 묻어나는 날은
해풍 불어오는 바닷가로 가고 싶다
가물거리는 수평선 누군가가 찍고 간 발자국
흔적조차 무심한 텅 빈 바다
제 몸 조각 내며 흐느껴 우는 성난 파도 마냥
차갑게 돌아앉은 그대 사랑 미련 접어 멀리 보내고 싶지만
어쩌나,
내 안에 징표가 된 이미 그리운 사람인 걸
비 내리는 아슴한 세월의 뒤안길로 끝내 몸을 숨긴 너
벌거벗은 바다의 비릿한 내음에 절여진 창백한 영혼
자꾸만 해풍에 밀리어가고 이제 남은 것은 헤진 상흔 뿐
마음의 문을 닫고 돌아오는 길
차마 널 보낼 자신이 없는 오늘 같은 날
갈매기 울음소리도 제 길 떠나고
가슴엔 종양처럼 염치없는 그리움만 빗물로 넘쳐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