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가을 오면 여름 잊고 또 여름 오면 가을 잊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처럼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일들도
살다 보면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가을은 추억이라는 말이 더욱 생각나게 한다.
추억은 낙엽 마르는 냄새가 나고
추억이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래서 마냥 그립다는 말인 것 같다.
추억은 지나간 일들…
이미 지나가서 남은 것이 없는 일이며
해질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노을처럼
저녁 들판 모락모락 피어나는 밥짓는 연기처럼
가슴 타고 드는 아련한 그리움의 빛
밤 바다 배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등대 같이
내 지난날을 밝혀 문득 찾아 든 그리운 얼굴처럼
추억이라는 말에는 눈가에 찡한 이슬이 묻어 있다.
(201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