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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은

유월은 ... 나태주 ​ 유월은 네 눈동자 안에서 내리는 빗방울처럼 화사한 네 목소릴 들려주세요. 유월은 장미 가시 사이로 내리는 빗방울처럼 화안한 네 웃음 빛깔을 보여주셔요. 하늘 위엔 흰구름 가슴 속엔 무지개 너무 가까이 오지 마셔요. 그만큼 계셔도 숨소리가 들리는 걸요. 유월은 네 화려한 레이스 사이로 내다보이는 강변 쓸리는 갈대숲 갈대새 노래 삐릿삐릿 ... 유월은 네 받쳐든 비닐 우산 사이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늘빛 비 개인 하늘빛 속살을 보여 주셔요.

좋은글 2021.06.09

여름 바람처럼 그리움 하나 물결치면

여름 바람처럼 그리움 하나 물결치면 … 권복례 물결치는 것은 석문 방조제 그 너머 보이는 바다만은 아니다 이제 막 패기 시작한 벼 이삭을 소중하게 안고 물결치는 여름 바람처럼 내게도 그리움 하나 마악 패어 물결치고 있다 그렇다 저기 산 위의 나무들이 한 점 구름이 만든 그늘에 묻혀버리듯이 내 그리움도 그렇게 묻히고 묻혀버리지만 내가, 한발 비켜 산을 바라보거나 바람이 구름을 몰아내면 거기 투명한 산이 당당하게 서 있지 않은가 그렇다 다시 패기 시작한 내 그리움도 여름 바람에 물결치는 벼 이삭처럼 투명하게 가꾸어 내고 싶다 묻혀 버리지 않고

좋은글 2020.10.10

어느 이른봄의 한 낮

어느 이른봄의 한 낮 … 송문헌 거실에 마실 온 햇살이 고향집 봉당처럼 따숩다 남녘에서 매화 소식이 왔을까 베란다 빨랫줄에 널린 빨래들 펄럭펄럭 색색 깃발을 흔든다 왁자하던 골목길에 옥양목 찢듯 울던 아이 뚝, 살구나무에 야단스런 참새들의 아우성 때문일까 왈왈, 왈왈, 옆집 복실이 덩달아 호들갑이다 청 하늘이 파르르 담장위서 파문을 일으킨다 또각또각 대문 나서는 발자국 소린 또 누굴까 댕댕, 관짝같이 서있는 시계가 텅 빈 한낮을 운다.

좋은글 2019.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