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12월

종이섬 2011. 12. 14. 13:51



12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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