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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다노래

종이섬 2017. 9. 22. 10:00

     

 

 

가을바다 노래 .. 이형권

나 이제 바다로 가야겠네

먼 곳으로 떠나야 할 사람처럼

낡은 가방을 들고

철지난 바닷가로 떠나가야 겠네

 

여름은 한줌 햇살처럼 사라져 갔으니

뜨거웠던 청춘의 시간이 휩쓸고 간 자리

가을바다는 얼마나 허허로운가

홀로 모래톱으로 가 앉으면

바다는 비취색으로 출렁이는 슬픔

한 열평쯤 그 푸른 빛을

 내 가슴에 안겨주리

 

해변을 떠도는 물 새 한 마리

인생은 더 먼 곳으로 날고 싶었으나

붉은 등이 켜지는 어느 旅宿(여숙)처럼 낯설어졌을 뿐

파도처럼 열망에 사로잡혀

밀려오던 날이 있었으니

 

그 바닷가에 가면

 아주 쓸쓸하지는 않으리

나 이제 바다로 가야겠네

유서처럼 애틋하게 일상을 남겨 두고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떠나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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