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다 노래 .. 이형권
나 이제 바다로 가야겠네
먼 곳으로 떠나야 할 사람처럼
낡은 가방을 들고
철지난 바닷가로 떠나가야 겠네
여름은 한줌 햇살처럼 사라져 갔으니
뜨거웠던 청춘의 시간이 휩쓸고 간 자리
가을바다는 얼마나 허허로운가
홀로 모래톱으로 가 앉으면
바다는 비취색으로 출렁이는 슬픔
한 열평쯤 그 푸른 빛을
내 가슴에 안겨주리
해변을 떠도는 물 새 한 마리
인생은 더 먼 곳으로 날고 싶었으나
붉은 등이 켜지는 어느 旅宿(여숙)처럼 낯설어졌을 뿐
파도처럼 열망에 사로잡혀
밀려오던 날이 있었으니
그 바닷가에 가면
아주 쓸쓸하지는 않으리
나 이제 바다로 가야겠네
유서처럼 애틋하게 일상을 남겨 두고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떠나가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