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여름 바람처럼 그리움 하나 물결치면

종이섬 2020. 10. 10. 15:44

여름 바람처럼 그리움 하나 물결치면 권복례

 

 

물결치는 것은

석문 방조제 그 너머 보이는 바다만은 아니다


이제 막 패기 시작한 벼 이삭을
소중하게 안고 물결치는 여름 바람처럼
내게도 그리움 하나 마악 패어 물결치고 있다


그렇다
저기 산 위의 나무들이 한 점 구름이
만든 그늘에 묻혀버리듯이 내
그리움도 그렇게 묻히고 묻혀버리지만
내가, 한발 비켜 산을 바라보거나
바람이 구름을 몰아내면
거기 투명한 산이 당당하게 서 있지 않은가


그렇다
다시 패기 시작한 내 그리움도
여름 바람에 물결치는 벼 이삭처럼
투명하게 가꾸어 내고 싶다


묻혀 버리지 않고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월은  (0) 2021.06.09
겨울커피  (0) 2020.11.20
풍차  (0) 2020.06.23
벗이여..  (0) 2020.03.11
자화상  (0) 2019.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