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종이섬 2010. 11. 20. 23:33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엇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의 호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은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다문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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