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겨울 나무가 그대에게

종이섬 2012. 12. 5. 10:59

겨울 나무가 그대에게  이선화




묻지 마시게 내 눈물의 무게 일랑
누군들 이 비정한 세상
거친 숨결의 이유 없겠나

다문다문 남은 이파리
계절이 새기고 간 잎맥은
야윈 힘줄로 창백하고

묵은 가지의 헐거운 춤사위에도
바람의 쓸쓸한 눈빛이 묻어 있다네

세월 허덕이며 지나온 그대는
감춘 상처 돌아볼 겨를도 없었겠지만

이제는 넋 모아 곁에 앉은 사람의 눈을
들여다 보시게나

그리고
두런대는 바람의 약속일랑 초연이 눈 감으시게나

냉한 기류에도 푸른 내 속은 끄떡이 없고
더 이상 나의 흔들림에는 이유가 없다네

그저 바람이 있어 흔들리는 것 뿐이라네
시린 눈 감기고 아파 흔들리는 것 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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