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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가 없다

종이섬 2013. 5. 22. 12:06


          

      바퀴가 없다 김종제



      바퀴 아래 무너진 삶을 보았다
      주먹을 쥐고 하늘을 가볍게 치달았던
      나뭇가지를 밟고 한 시절 흔들어댔던 흔적이
      화석으로 딱딱하게 굳어 바닥에 내팽겨져있다


      붉게 타올랐던 젊은 날의 기억이 희미하게 꺼져가고
      부서진 살이 안개처럼 퍼져갔다


      오고 가는 길마다 바퀴가 달렸다
      앞 바퀴가 온 세상을 지배하겠다
      뒷 바퀴가 절대적으로 신으로 군림하겠다
      빠르게 굴러가는 바퀴에 목을 건 노예가 되겠다


      길 아닌 곳까지 함부로 침범하는
      무작정의 속도에 굴복할 수 없다고
      멈추지 않고 굴러가는 저 윤회에 맞서 싸워야겠다고
      내 몸 속에 어느새 가득 들어찬 바람을 뺀다


      허공에 발을 내밀고 바퀴도 없이 생을 건너간다
      하루도 가지 않아 발길 아래 해가 지고 달이 뜨겠다
      한 해 다 가도록 눈길 위로 꽃이 지고 열매 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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