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질투는 나의 힘

종이섬 2016. 1. 26. 11:01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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