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편지 … 김왕노
우울한 샹송이 흐르는 창가에서 중년의 편지를 쓴다
한때 용서하지 못하겠다며 분노를 보냈던 사람에게
너를 용서하지 않을 동안
내가 세상으로 받은 용서에 대해 쓴다
나로 인해 눈물에 젖던 사람에게 쓴다
우울한 샹송이 흐르는 찻집에서
리필 가는 종업의 나직한 발소리 들려오는데
다시 청춘이 리필 되지 않는 가슴으로
중년에 편지를 쓴다
편지 행간에
가을이 오고 이름하나 질듯이 가물거리고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마저
눈발로 산간 지방으로 몰려가 펄펄 내리고
우울한 샹송이 흐르는 오후 창가에 앉아
중년의 편지를 쓴다
내가 한때 뜨겁게 부둥켜안았던 시도
내가 한때 잔 가득 부어 마시던 한 사람의 목소리도
잠깐 나를 취하게 했을 뿐
결국은 나를 떠나가는 빗방울 이었다
우울한 샹송이 흐르듯 세월이 가고
나는 우울한 샹송이 흐르는 창가에서 중년의 편지를 쓴다
반동자를 규정하는 사람은 결국 반동자들이었다
빛을 규정하는 것은 어둠이었다
사랑이 늙어 쓸쓸한 저녁에 규정하는 것은 이별이었다
중년을 남겨주고 떠나간
한때 새 책의 표지 같던 청춘
내게 사랑을 맹세하던 입술은 탄력을 잃고
세월의 뒤안길에서 립스틱 짙게 바르고 있다
우울한 샹송이 흐르는 오후 창가에 앉아
중년의 편지를 쓴다
마지막 구절은 중년으로부터 라 적고
길었던 그리움을 마무리하려 한다
한때 즐겨 찾던 우체국을 찾아
중년을 우표로 붙이고
가난한 주소지로 나를 떠나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