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대

종이섬 2016. 8. 3. 10:51
 

그대   이형기

1.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참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손목을 쥔 채 그냥 더워오는 우리들의 체온

내 손바닥에
점 찍힌 하나의 슬픔이 있을 때 벌판을 적시는 강물처럼
폭 넓은 슬픔으로 오히려 다사로운 그대

2.
이만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가 그대를 부른다
그대가 또한 나를 부른다

멀어질 수도 없는 가까워질 수도 없는
이 엄연한 사랑의 거리 앞에서 나의 울음은 참회와 같다

3.
제야의 촛불처럼 나 혼자 황홀히 켜졌다간 꺼져 버리고 싶다
외로움이란 내가 그대에게 그대가 나에게
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이다.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9월  (0) 2016.09.02
호수  (0) 2016.08.12
여름 밤 그리고 그대  (0) 2016.07.12
7월에게  (0) 2016.07.08
그리움은 빗물 되어 흐르고   (0) 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