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 이형기
1.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참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손목을 쥔 채 그냥 더워오는 우리들의 체온
내 손바닥에
점 찍힌 하나의 슬픔이 있을 때 벌판을 적시는 강물처럼
폭 넓은 슬픔으로 오히려 다사로운 그대
2.
이만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가 그대를 부른다
그대가 또한 나를 부른다
멀어질 수도 없는 가까워질 수도 없는
이 엄연한 사랑의 거리 앞에서 나의 울음은 참회와 같다
3.
제야의 촛불처럼 나 혼자 황홀히 켜졌다간 꺼져 버리고 싶다
외로움이란 내가 그대에게 그대가 나에게
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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