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와사등

종이섬 2017. 4. 11. 10:08




와사등  …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냐.

 

-여름 해 황망히 날개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낮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래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느린 그림자 이다지 어두어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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