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세상은 비어 있다.

종이섬 2008. 11. 25. 14:10

 

나뭇잎과 내 머리털과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나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의 옷자락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다.

 

세상은 비어 있다.

허공을 채우려고 하는 일은 부질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채우고

또 채우려고 몸부림친다.

 

채우고 나면 다시 비어 있고

또 채우고 나면 또다시 비어 있는

몸과 마음과 세상을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의 의지는

무엇인가?


한승원 (바닷가 학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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