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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가 잠을 청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것은 마치 지저분하게 마구 갈겨쓴 편지를
아주 참하고 깨끗한 봉투에 찔러 넣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나는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기로 결심했다.
뜨거운 목욕으로도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것들이 몇가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그리 많지 않다.
너무 슬퍼서 곧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신경이 곤두선 나머지 잠을 이룰 수 없을 때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일 주일씩이나 볼 수 없는 경우
나는 끔찍한 슬럼프에 빠져들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래, 뜨거운 물에 목욕이나 하자."
나는 욕조 안에서 명상을 한다.
이때 물은 제대로 발을 담글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뜨거워야 한다.
그러고 나서 마침내 목이 물에 잠길 때까지 천천히 몸을 숙인다.
나는 뜨거운 물 속에 누워 있을 때
나 자신에 관해 가장 많은 것을 느낀다.
실비아 플라스의 "유리병 속에 갇힌 세상"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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