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 박정만
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네 눈이 보는 것을 나도 보고
네 눈에 흐르는 눈물로 나도 흐르고 싶어.
어쩌다 웃고도 싶어.
밤이면 네 눈 속에 뜨는 별처럼
나도 네 눈 속에서 별로 뜨고 싶어.
간혹 꿈도 꾸고 싶어.
네 눈 속에 꿈꾸는 길이 있으면
나도 네 눈 속에 꿈꾸는 길이 되고 싶어.
끝없이 걸어가는 길이 되고 싶어.
어쩌면 그 길에서 나그네도 보겠지.
그러면 나도 네 눈 속에서
먼길을 걸어가는 나그네가 되고 싶어.
풀밭에 주저앉아 가끔가끔 쉬어도 가는.
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네 눈이 가리키는 방향을 나도 보고
네 마음의 풍향계도 바라보고 싶어.
저기, 키 큰 미루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군.
네 눈 속에는 바람이 지나고 있어.
나도 네 눈 속을 지나는 바람이고 싶어.
네가 보는 것을 나도 볼 수 있지.
왜냐하면 나는 네 눈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네 눈 속에는 멧새가 살고 있어.
갓 움이 돋은 고란초도 살고 있어.
그날은 비 갠 오후 저녁 때
네 눈동자 속에는 무지개가 걸려 있었지.
나도 네 눈동자 속에 무지개로 내리고 싶어.
그리하여 네 가장 아름다운 젖무덤에
어린 양처럼 유순한 코를 박고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꽃잎의 모습으로 죽고 싶어.
나는 끝끝내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