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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종이섬 2011. 5. 13. 09:25


 

 


 



    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 박정만
       
    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네 눈이 보는 것을 나도 보고
    네 눈에 흐르는 눈물로 나도 흐르고 싶어.
    어쩌다 웃고도 싶어.
    밤이면 네 눈 속에 뜨는 별처럼
    나도 네 눈 속에서 별로 뜨고 싶어.

     

    간혹 꿈도 꾸고 싶어.
    네 눈 속에 꿈꾸는 길이 있으면
    나도 네 눈 속에 꿈꾸는 길이 되고 싶어.

     

     
    끝없이 걸어가는 길이 되고 싶어.

    어쩌면 그 길에서 나그네도 보겠지.
    그러면 나도 네 눈 속에서
    먼길을 걸어가는 나그네가 되고 싶어.
    풀밭에 주저앉아 가끔가끔 쉬어도 가는.

     

    나는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네 눈이 가리키는 방향을 나도 보고
    네 마음의 풍향계도 바라보고 싶어.
    저기, 키 큰 미루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군.

     

    네 눈 속에는 바람이 지나고 있어.
    나도 네 눈 속을 지나는 바람이고 싶어.
    네가 보는 것을 나도 볼 수 있지.
    왜냐하면 나는 네 눈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네 눈 속에는 멧새가 살고 있어.
    갓 움이 돋은 고란초도 살고 있어.
    그날은 비 갠 오후 저녁 때
    네 눈동자 속에는 무지개가 걸려 있었지.

     

    나도 네 눈동자 속에 무지개로 내리고 싶어.
    그리하여 네 가장 아름다운 젖무덤에
    어린 양처럼 유순한 코를 박고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꽃잎의 모습으로 죽고 싶어.

     

    나는 끝끝내 네 눈동자 속에서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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