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상처

종이섬 2011. 6. 10. 12:33

 

나이를 먹었다고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혹은 마음에 깊이 새기거나 하는 것은

나이를 먹은 인간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 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였다.


그래서 상처를 입어도 화가 치밀어도 그것을 꿀꺽 삼키고
오이처럼 시원시원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처음에는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지만
훈련을 쌓아 가는 동안 점점 정말이지 상처입지 않게 되었다.


물론 닭과 달걀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냐는 질문처럼
상처입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그런 훈련이 가능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쪽이 먼저고 나중인지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 상처 입지 않기 위해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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