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버림의 의미

종이섬 2011. 10. 25. 12:12





     버림의 의미 .. 류시화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   (0) 2011.10.27
    바다에 와서   (0) 2011.10.26
    가을 날의 변주   (0) 2011.10.24
    황혼의 기도   (0) 2011.10.21
    바닥을 본다   (0) 201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