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 낙서 .. 김근이
소주 한잔 앞에 놓고
북어 한 마리 세상 분풀이하듯 두들겨
신문지 위에 펼쳐 놓고
창 틈으로 새어 드는 달빛 벗하여
거칠은 내 인생도 한잔
역겨운 세상살이도 한잔
그리운 옛사랑도 한잔
취하여 허전한 마음에 또 한잔
뉘라서 인간의 귀천을 말할 것인가
세상은 온통 뒤죽박죽인 것을
비집고 들어설 자리 없어
밀리고 밀려온 지구 한 귀퉁이
달빛 벗하여 소주 한잔이 있고
취하여 풍성한 내 세상이 있는 취중에서
하늘은 돈짝 만큼으로 내 머리 위에 있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