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유승희
녹음 창창 농익은 타오름 달
용광로처럼 볕은 이글거리는데
절기는 어김없이 찾아와 입추를 맞이하며 가을의 시작임을 알리고 있다
가을이 오는 날의 하늘은
박속 같은 맑은 구름이 온통 칠갑을 하고
활딱 열어젖힌 창으로 억지춘양 인심 쓰듯
간간이 들어오는 미미한 바람이 후덥지근하다
긴긴 여름날을 후끈 달아오른 아스팔트 입김이 뜨거워
감히 외출은 꿈도 못 꾸고 거의 집에서
차가운 물 끼얹고를 반복하는 일상을 보내고
가을의 시작 입추를 맞이하고 있다
이제 지리 하게 느껴지던 여름도
진저리 치며 어서 가라 등 떼밀지 않아도
훗날을 기약하며 한 발짝씩 떠날 준비를 서두를 테고
벼 나락도 따끔한 갈 햇살에 시위를 당기며
노릇노릇 익어 황금물결로 출렁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