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리운 저녁

종이섬 2012. 9. 3. 15:07

그리운 저녁 김승동

 

차가운 바람이
주머니 속의 빈손을 만지작거리는 날

어깨에 걸린 가을 옷이 더욱 헐렁해지는 저녁입니다

 

몇 마리의 쥐포와 소주 한 잔이 생각나고
친구의 희끗한 머리칼이 보고 싶습니다

 

술잔은 나무탁자 위에 있어야 좋겠고
창가에는 김 오르는 국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낮은 천장 아래로 일력이 펄럭이고
헌 라디오의 칙칙거리는 잡음 사이로
간간이 노랫소리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나무 젓가락이 떨어진 바닥으로는 태엽 풀린 시계 마냥

멎어진 내 젊은 시절의 사랑도 아직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손이 시려도 마음보다 따뜻한 바람
벽돌담 밑으로 스며드는 참 그리운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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