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을 위하여
나는 너를 위하여
내 하루의 작은 시간을 떼어놓겠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비밀한 오두막을 지어 놓겠다
나의 하루가
비록 나를 내다 놓은 삶이라 해도
때로는 거짓 웃음과
억지의 쳇바퀴를 구르는 삶이라 해도
원피스가 먼저 세수를 하고
거울이 나를 쳐다 보며
권태가 지하철을 탄다 하여도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단 하나의 눈을 위하여
노을이 지면 찻물을 끓여야겠다
이제 마주앉을 너를 위하여
차를 마시는 시간 나는 한없이 자유롭다
거기에는 철학도 없다
거기에는 편견도 없다
거기에는 너의 느낌뿐이다
홍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