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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집을 짓게 하소서

종이섬 2013. 7. 3. 11:09

 

            Stranger-smokie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이어령 >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숟가락 두 개만을 놓을 수 있는 식탁만 한 집이면 족합니다

 

밤중에는 별이 보이고 낮에는 구름이 보이는

구멍만 한 창문이 있으면 족합니다

 

비가 오면 작은 우산만 한 지붕을

바람이 불면 외투자락만 한 벽을

저녁에 들어와 신발을 벗어놓을 때

작은 댓돌 하나만 있으면 족합니다

 

내가 살 집을 짓게 하소서

다만 당신을 맞이할 때 부끄럽지 않을

정갈한 집 한 채를 짓게 하소서

그리고 또 오래오래 당신이 머무실 수 있도록

작지만 흔들리지 않는 집을 짓게 하소서

 

기울지도 쓰러지지도 않을 집을

지진이 나도 흔들리지 않는 집을

내 영혼의 집을 짓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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