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 김규동
기러기 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 가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깊은 밤하늘에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가고 있는지
별빛은 흘러 강이 되고 눈물이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 만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 속에만 남아
불러보는 노래도 우리 것이 아닌데
시간은 우리 곁을 떠난다
누구들일까 가고 오는 저 그림자는
과연 누구들일까
사랑한다는 약속인 것같이
믿어달라는 하소연과 같이
짓궂은 바람이
도시의 벽에 매어 달리는데
휘적거리는 빈손 저으며
이 해가 저무는데
형제들은 무사히 가고 있는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쓸쓸한 가슴들은 아직도 가고 있는지
허전한 길에
씁쓸한 뉘우침은 남아
안타까운 목마름의 불빛은 남아
스산하여라 화려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