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낯설고 고요한 장소에서 스치 듯 마주친 당신을 보고
나의 수줍은 영혼은 허리를 구부렸지만
당신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미끄러운 가로수 길 저 너머로 사라져 갑니다
불타오르는 그리움으로 충혈된 마음을 당신이 남긴
차갑고 순결한 그림자에 사알짝 포개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남은 사람이 되어
탄식과도 같은 깊은 정적(靜寂)을 포옹합니다
깊은 밤의 때를 알리는 시계의 호흡이
초라해진 마음 속에 거친 물결로 출렁이어
눈 앞에 가로 놓인 슬픈 바다는
이미 감출 수 없는 나의 눈물이긴 하지만
그리고
당신의 향기는 넓은 소매 펄럭이며
내 곁을 그냥 스쳐 지나가 잡을 듯한 행복의 바람을
먼 발치에 남겨 둔 외로운 풍경 그리지마는
언젠가는 나를 바라 볼 당신의 시선(視線)을 위해
까맣게 타는 이 가슴 하나
기꺼이 아름다운 고독으로 남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