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을 툭 치며 지나가는 바람으로부터
물결 세게 부딪치는 섬으로부터
두껍게 얼어버린 강으로부터 이별을 고하겠다
대궁 꺾어진 채 시들어가는 화분 속 꽃으로부터
고개 푹 숙이고 기울어가는 허공의 초승달로부터
눈발 날리며 어두워져 가는 내 속의 하늘로부터 이별을 전하겠다
어제는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
흙이라던가 물이라던가 눈이라던가
혹은 빛으로 몸을 감추는 것인데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흔이 더 깊은 법이다
때로는 눈빛의 가시에 찔리고 때로는 언어의 칼에 베인
상처만 오롯이 남는 법이다
그 모든 어제와 이별하는 것만이 오늘을 사랑하는 것이다
어제를 떠나 보내는 것만이 내일과 온전히 해로하는 것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날이 흐리다
무엇으로 또 나를 가려야 하는지 문득 바라본 얼굴에 상처뿐이다
오늘도 이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