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세월을 매듭짓는 한 종점을 의미한다.
또한 사는 것은 곧 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종점에 이르렀을 때, 한 순간 절망을 느끼거나
회의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으니 장차 잃을 것도 없는
공백의 두 손
이것은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어쩌면 끊임없이 체념하고 끊임없이 포기
하는 생활의 연속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아주 떠나 버리는 연습,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 보내는 연습을, 빈 손이 되는 연습을 조금씩
조금씩 해 왔는지 모른다.
세상이 불안할 때,
가진 것을 손에 움켜쥐느라고 안간힘 할 것이 아니라
손을 펴고 갈 것은 다 가라고 놓아 줄 수만 있다면,
물론 고독을 벗해야 하겠지만 우리의 빈 손에는
평화와 자유가 가득 담겨질수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세월이 우리를 두고 거침없이 흘러가 버리듯
우리도 멀지 않아 모든 것을 남겨 두고 거침없이
떠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우선 이 작은 종점에 무사히 와 닿은 것에
한시름 놓고 감사할 일이며, 또 다시 새로운 목표를
향해 새로운 출발을 시도해야 할 일이다.
두고 떠나는 연습 … 김효자 에세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