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봄비

종이섬 2013. 4. 2. 11:25

 

 


    봄비 권영호




    가슴을 앓아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리
    그리움이

    얼마나 작은 소리에도 수줍은 가슴이 되고

    살 떨리는 지


    보고픔이 뭉쳐 먹구름이 되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지
    생채기에 소금절이는 아픔을
    앓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

    어쩜 그 아픔을 너무 잘 알아
    나뭇가지 끝에 걸린 겨울을 붙들지 못해
    손가락 끝 마디 마다
    눈가를 훔친 물기로 젖어 있는지도 모르리


    소리 없는 울음이 더 아픔을 보이려
    이렇게 소롯이 내려 앉고 있는지도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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