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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을 향해 달리는 버스

종이섬 2013. 4. 9. 11:21

 

 





산 다는 거



 

종점을 향해 달리는 버스 .. 김경숙

 

 

어슴푸레 땅거미 이는 저물녘 

몸을 움츠린 사람들 눈빛이 한 곳을 응시한다


어디쯤 달려오고 있을지 모르는

기약 없는 시간을 보듬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버스를 기다리며 마음이 먼저 첫 발을 내딛는다

구불구불 한적한 변두리를 돌아 뿌연 매연을 내 뿜으며
번잡한 시내 한복판을 지나는 동안

차선을 바꿔가며 속력을 내다가도 때론

신호등 앞에 멈춰서는 버스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한다.

서로 엇갈리는 만남 속에서 흔들리며 옷깃을 스치는 사람들
종점까지 가는 동안 몇 사람이나 동행할 수 있을까

가야 할 길 아직도 멀기만 한데 어느새 떠오른 반달
창가에 내려와 품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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