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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연서

종이섬 2013. 4. 22. 11:56

            
            

            계절의 연서 .. 정기모




            흰 바람벽에 머물다 떠나는
            얇아진 빈 계절의 연서는
            풀물 머금은 그리움으로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들국화 향기도
            마른 잎의 향기도
            붉게 내려서는 노을빛도
            모두 품어 안고 흐르다


            적막함이 일어서는
            깊어진 밤으로 걷다가
            비로소 풀어지는
            빛 푸른 강물이 되리니



            다시, 흰 바람벽에
            빈 계절의 연서가 새어 나가고
            물푸레나무보다 더 푸른
            문장들이 곱게 새겨지면
            촛불의 목마름보다 더 깊은
            기도 같은 고요의 깊이가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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