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흐린 날은

종이섬 2013. 4. 25. 11:19

 




흐린 날은 장옥관


멀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가깝기 때문에 볼 수 없는 것들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풍경 때문에
보이지 않던 먼지 낀 방충망

도무지 참을 수 없는 눈의 허기 때문에
몰랐던 안경알에 묻은 지문

흐린 날은 잘 보인다
너무 밝아서 보이지 않던 것들

행복한 날 쏟았던 식탁보의 찻물 얼룩이나
지나친 확신이 놓친 사물의 뒷모습

흐린 날 눈감으면 비로소 보인다

만지면 푸석 흙먼지 피우며 으스러질
어제의 내 얼굴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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