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기차를 타고 싶은 날

종이섬 2013. 3. 19. 11:27

 

 

 

이제는 낡아 빛 바랜
가방 하나 둘러메고 길을 나선다.
 
반짝거리는 레일이 햇빛과 만나고
빵처럼 데워진 돌들 밟는
단벌의 구두 위로 마음을 내맡긴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떠나는 친구 하나 배웅하고 싶은
내 마음의 간이역
 
한번쯤
이별을 몸짓할 사람 없어도 내 시선은
습관에 목이 묶여 뒤돌아본다.
 
객실 맨 뒤 칸에 몸을 놓은
젊은 여인 하나
하염없는 표정으로 창 밖을 보고
머무르지 못해 안타까운 세월이 문득
꺼낸 손수건 따라 흔들리고 있다.
 
김재진 ..  기차를 타고 싶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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