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의 연서 … 정설연
흐린 날은 흙 냄새가 난다고
말을 갓 배운 아이처럼 더듬거리며 말한다
흐린 날은 그리움도 속짐작인 채 아득해 보여
당신이랑 마주쳐도 모르고 지나친다고,
자꾸 거울 속의 내 이목구비를 한없이 바라본다
가슴이 만들어낸 공간을 채울 수 없어 눈을 감으면
속눈썹에 매달려 있던 그리움이 눈물방울로 맺혀 엉기면서
가슴으로 부르는 이름의 봉분(封墳)이 보인다
꼭 산에까지 가야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정작 그리운 이름 하나는 고향집 문기 둥 닮은 세월 속에서
소리 내지 못한 채 오래 사랑한 그리움이다
마비되었던 사지에 따끔거리며 감각이 돌아오듯
그리움이 하나 둘씩 살아나는 날
가슴에서 올라오며 목 울대를 넘어서는 소리는
목이 쉰 음성이다
술래가 끝내 찾지 못한
벽장 속에서 잠든 아이처럼 숨은 사랑은
아득해지고 그리워지는 문구를 멋 부려 써서
하늘 우체통에 넣는다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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