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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의 연서

종이섬 2013. 6. 12. 11:11

 

흐린 날의 연서 정설연 


흐린 날은 흙 냄새가 난다고

말을 갓 배운 아이처럼 더듬거리며 말한다

흐린 날은 그리움도 속짐작인 채 아득해 보여
당신이랑 마주쳐도 모르고 지나친다고
,
자꾸 거울 속의 내 이목구비를 한없이 바라본다

가슴이 만들어낸 공간을 채울 수 없어 눈을 감으면
속눈썹에 매달려 있던 그리움이 눈물방울로 맺혀 엉기면서

가슴으로 부르는 이름의 봉분(
封墳) 보인다

꼭 산에까지 가야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정작 그리운 이름 하나는 고향집 문기 둥 닮은 세월 속에서

소리 내지 못한 채 오래 사랑한 그리움이다

마비되었던 사지에 따끔거리며 감각이 돌아오듯
그리움이 하나 둘씩 살아나는 날

가슴에서 올라오며 목 울대를 넘어서는 소리는

목이 쉰 음성이다

술래가 끝내 찾지 못한
벽장 속에서 잠든 아이처럼 숨은 사랑은

아득해지고 그리워지는 문구를 멋 부려 써서

하늘 우체통에 넣는다


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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