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스쳐버린 인연

종이섬 2013. 6. 24. 11:04

 



<스쳐버린 인연 박 순기>


잔 이슬 새벽 걸음 하시어 아침을 켜고
부둥켜안고 놓지 못한 어둠을 놓으라 한다

긴 여정에 우연히 마주한 인연
바람 흔들리는 촛불에 작은 불씨 하나 붙들고


밤새 풀어놓은 무명실
엉성한 베틀소리 삐거덕 날 새며
힘겹게 짜낸 한 폭의 천
사랑이란 두 글자 그렇게 새겨놓고 싶어
낮달 이 부르텄는데

메마른 떡갈나무 서걱거리는 가을 녘에 등불 켜고
누렇게 떠있는 한숨 깃든 하늘
등 허리 휘어진 세월의 운명 누굴 탓할까

인생 갈피에 잠시 술렁이던 바람인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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