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인생이란 어쩌면 앙상한 가지 끝에 간신이 매달려 있는 허망한 바람인가 보다 흰 머리카락 사이로 빈 호주머니의 손가락 사이로 비집고 앉은 바람 쉴 곳이 그리도 없었을까 사랑을 잃고 초점 없이 흔들리는 서러운 눈동자 사이로 서성거리며 두리번거리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그냥 2012.10.16
가을이라네요 텅빈 마음 텅빈 하늘인데 모든 것이 풍요롭기만 하다는 가을이란다.. 바쁘게만 지나간 시간 지나온 동안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니 괜시리 외롭다는 마음만 남겨진다 인생의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지금 난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비워냈을까. 행여 내 것.. 그냥 2012.09.19
외로운 밤에 밤이 되면 외로운 사람들은 안다.사방 환하게 불을 켜고 티비 소리를 크게 해놔도 구석구석 스며드는 고독을 안다 알아도 어쩔 수 없기에 쓸쓸함으로 밤을 보내고 점점 익숙해지는 고독과차라리 벗이 되고야 만다 외로움에 지쳐 쓰러지지 않으려고 밖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아직 몇몇 여름 짐을 다 챙기지도 못했는데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서리가 내리겠지 북풍은 찬바람을 보내겠지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여전히 외로운 사람은 고독과 씨름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2012.9.13) 그냥 2012.09.13
그냥 생각한다는 것은 철 지난 바닷가에서 파도소릴 듣는 일 그립다는 것은 마른 낙엽 꺼내보는 일 외롭다는 건 빈 의자의 허전함속에서 가을 억새풀 얘기를 듣는 일… 그대의 삶이 지는 저녁 노을처럼 고독할 때 어느 날 문득 그대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라고 느껴질 때 그대의 고독을 안아.. 그냥 2012.09.07
9월 < 가을 > 언덕의 미루나무 잎이 온 몸으로 흔들릴 때 사랑이여 그런 바람이었으면 하네 붙들려고 가까이서 얼굴을 보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만 떠돌려 하네 젖은 사랑의 잔잔한 물결 마음 바닥까지 다 퍼내어 비우기도 하고 스치는 작은 풀꽃 하나 흔들리게도 하면서 .. 그냥 2012.09.03
무더위..비 긴긴 여름날을 용광로처럼 후끈 달아오른 아스팔트 너무 뜨거워 집에서 차가운 물 끼얹기를 반복하며 텔레비전을 벗삼아 여름 휴가마저 그렇게 보내야 했던 이 여름 어제는 오랜만에 반가운 비 내려 빗물이 집안에 들어 오던 말던 사방 창문을 다 열고 무더위를 식혀줄 비를 반겼다 비 .. 그냥 2012.08.13
마흔 아홉 어느날 . 때 이른 여름 무더위에 지쳐 버렸나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목마름에 말라버렸나 뜨겁던 태양 서산너머로 사라지고 서늘한 바람 이는데도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축 쳐진 나무 잎파리들이 풍파에 씻겨 삭고 낡아 퇴색되어버린 마흔 아홉 내 삶의 밧줄 같아라.. 어쩌면 내 마음 같아.. 그냥 2012.06.27
쓸쓸한 일 하필... 여름 긴긴 해 저물어 어둑해진 퇴근길 긴 그림자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나무처럼 우두커니 서서 사람을 그리워한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홀로선 나무처럼 고독한 일이다 도심 회색 건물들 사이에 서서 제 그림자만 내려다보고 있는 나무처럼 참 쓸쓸한 일이다 (6.12) 그냥 2012.06.12
내 마음 안에 내가 살아온 날만큼 내 마음 안에 꽃처럼 향기롭고 푸른 숲이 우거졌으면 좋겠다 산들 바람에 나뭇잎파리들 흔들릴 때 마다 파아란 하늘이 창문을 열고 튼튼하게 뻗은 가지마다 이름 모를 새들이 깃들어 살고 이름 모를 꽃들과 작은 풀들이 아름답게 삶을 가꿀 수 있도록 비바람 막아주.. 그냥 2012.05.17
날씨가 너무 좋아 시간이 지날수록 흑백사진이 또렷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아무런 꾸밈 없이 그냥 그대로의 모습 이여서가 아닐까 한적한 시골 희미한 불빛아래 오순도순 앉아 세상 물정과는 거리가 먼 원초적인 대화가 그리운 것도 아무런 이유나 조건 같은 것이 필요치 않고 그저 살아있는 본능만 있으.. 그냥 2012.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