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편지 초여름 편지 … 김민소 그대 이름만 떠올려도 다순 바람이 심장을 적시고 그대 모습만 생각해도 황량한 거리가 미술관이 되는군요 삶에 지쳐버린 마음에 파랑새가 떼지어 모여들고 앙상해진 뼈 마디 마디 신록의 숨결이 파고 드네요 그렇게 하루는 그대로 인해 넉넉해지고 그대로 인해 .. 좋은글 2017.06.12
와사등 와사등 …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 있다. 내 호올로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여름 해 황망히 날개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낮설은 .. 좋은글 2017.04.11
봄비 봄비 .. 유영인 뿌우연 먼지가 자욱한 창에 거슴츠레한 그리움이 다가와 마른 침 삼키는 나를 바라본다 가슴이 부석거려 차 한잔을 준비하고 창가에 다가가 그리움을 안아본다 사르르 녹아 혀 끝에 전해오는 달콤한 설탕처럼 내 가슴에 그리움이 스며든다 차 향 그윽하게 코 끝에 전해올 .. 좋은글 2017.04.06
개여울 개여울 …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 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 좋은글 2017.03.21
3월 3월… 임영준 다소곳한 햇살이 눈부시다 긴 잠에서 깨어났더니 담장이 조금 낮아졌구나 귀 기울이면 모두 가까이 있는 것을 대문을 활짝 열고 주단이라도 깔아야 할 것 같은 간지러운 나날이다 좋은글 2017.03.17
추억 한 잔 추억 한 잔 .. 김지향 꿈 통에 대못을 박고 다시는 열지 않기로 했다 나의 이 굳은 결의 앞에 기억의 스크린이 책장처럼 넘어간다 스크린 한 토막 뚝 잘라내어 가슴의 가마솥에 넣고 천천히 끊인다 허름한 삶 한 자락이 조청처럼 졸아들어 추억 한 잔으로 남았다 한 잔 속에 가라앉아 타고 있는 비릿한 추억의 눈을 만지작거리는 나에게 꿈 통에 박힌 대못이 크게 확대되어 있다 성급한 나의 결의를 저항이나 하듯이 좋은글 2017.03.03
그때 그때 … 김용택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좋은글 2017.02.21
빛의 모퉁이에서 빛의 모퉁이에서 ... 김소연 어김없이 황혼 녘이면 그림자가 나를 끌고 간다 순순히 그가 가자는 곳으로 나는 가보고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의 표정은 지워지고 자세만이 남아 있다 이따금 나는 무지막지한 덩치가 되고 이따금 나는 여러 갈래로 흩어지기도 한다 그의 충고를 따르자면 너무.. 좋은글 2017.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