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時 11월의 時 … 임영준 모두 떠나는가 텅 빈 하늘아래 추레한 인내만이 선을 긋고 있는데 훌훌 털고 사라지는가 아직도 못다 지핀 詩들이 수두룩한데 가랑잎더미에 시름을 떠넘기고 굼뜬 나를 버려둔 채 황급히 떠나야만 하는가 좋은글 2016.11.03
10월의 시 10월의 시 .. 이재호 왜 그런지 모르지만 외로움을 느낀다. 가을비는 싫다. 새파랗게 달빛이라도 쏟아지면 나는 쓸쓸한 느낌인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낙엽이 떨어진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도 없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또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잃어버린 것도 없이 허전하기만 한 것은 군.. 좋은글 2016.10.17
10월 <10월 … 임영준> 혹시 다 마셔버렸나요 빈 잔을 앞에 두고 후회하고 있나요 옆구리가 시리고 뼈마디가 아린가요 차분히 지켜보세요 저 깊은 하늘소에서 붉은 술이 방울져 내릴 겁니다 다시 잔을 가득 채웁시다 그리고 남은 날들을 위해 건배합시다 좋은글 2016.09.30
이별역 이별 역 ... 원태현 이번 정차할 역은 이별 .. 이별 역입니다. 내리실 분은 잊으신 미련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시고 내리십시오. 계속해서 사랑 역으로 가실 분도 이번 역에서 기다림 행 열차로 갈아타십시오 추억 행 열차는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당분간 운행하지 안습니다. 좋은글 2016.09.07
다시 9월 기다리라 오래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 좋은글 2016.09.02
호수 호수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했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는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 좋은글 2016.08.12
그대 그대 … 이형기 1.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참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손목을 쥔 채 그냥 더워오는 우리들의 체온 내 손바닥에 점 찍힌 하나의 슬픔이 있을 때 벌판을 적시는 강물처럼 폭 넓은 슬픔으로 오히려 다사로운 그대 2. 이만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가 그대를 부른다 그대가 또한 나를 부른다 멀어질 수도 없는 가까워질 수도 없는 이 엄연한 사랑의 거리 앞에서 나의 울음은 참회와 같다 3. 제야의 촛불처럼 나 혼자 황홀히 켜졌다간 꺼져 버리고 싶다 외로움이란 내가 그대에게 그대가 나에게 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이다. 좋은글 2016.08.03
여름 밤 그리고 그대 여름 밤 그리고 그대…… 김진학 창백하게 서있는 몇 개의 가로등만 혼신의 힘으로 희미하게 밝히는 불빛 사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내리는 이슬비 어둔 비 내리는 허공에 떠오르는 익숙한 얼굴 하나 분명 익숙한 얼굴인데도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들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 좋은글 2016.07.12
7월에게 7월에게 … 고은영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 좋은글 2016.07.08
그리움은 빗물 되어 흐르고 . 그리움은 빗물 되어 흐르고 .. 유인숙 굵은 장대비 쏟아진대도 솔숲의 까치는 걱정이 없다 빗줄기 거세어져도 둥지를 떠날 줄 모르고 캄캄한 하늘 위 번개가 번뜩일 때마다 들뜬 목소리 힘차게 함성을 지른다 저 새들처럼 단순하게 살자 되 뇌우지만 생각은 항상 깊어지고 가슴 속 파고.. 좋은글 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