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1165

다시 9월

기다리라 오래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아올랐다 이제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은 남게 되는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

좋은글 2016.09.02

그대

그대 … 이형기 1.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참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손목을 쥔 채 그냥 더워오는 우리들의 체온 내 손바닥에 점 찍힌 하나의 슬픔이 있을 때 벌판을 적시는 강물처럼 폭 넓은 슬픔으로 오히려 다사로운 그대 2. 이만치 적당한 거리를 두고 내가 그대를 부른다 그대가 또한 나를 부른다 멀어질 수도 없는 가까워질 수도 없는 이 엄연한 사랑의 거리 앞에서 나의 울음은 참회와 같다 3. 제야의 촛불처럼 나 혼자 황홀히 켜졌다간 꺼져 버리고 싶다 외로움이란 내가 그대에게 그대가 나에게 서로 등을 기대고 울고 있는 것이다.

좋은글 2016.08.03

7월에게

7월에게 … 고은영 계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안녕, 잘 있었니?

좋은글 2016.07.08